관흉국 사람들..
최치원 展에 가보면 고운 최치원 선생님을 본따 만들었다는 불상이 하나 있는데 가슴에 구멍이 나있다.
큐레이터 曰 - 道(도)를 많이 닦으셔서 생긴게 아닐까?
스님 -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ㅡㅡ 말씀을 아끼심..
명조의 생각 - 최치원 = 관흉국 사람? --> 오해말기 바람. 전적으로 블로거 주인의 개인적인 생각임. 생각은 죄가 아님..
관흉국(貫胸國)*의 후예들
- 최형심
한 때 난생의 무리들은 둥글게 무너져 내린 가슴을 가지고 살았다. 최초의 우물이 그 안으로 둥글게 고이고 바람의 구멍을 심장이라 불렀던 그들은 지나가는 것들로 심장을 삼았다.
관흉국 사람들은 돌아선 호명엔 대답하지 않았다. 손톱이 부러진 날이면 어김없이 술을 마셨다. 잔마다 폭설이었다.
그리하여 지상에서 열 뼘쯤 위를 몸속으로 사는 이들은 투명한 모서리마다 허공을 세습했다. 앞숨과 뒷숨으로 기억이 오가고 몸을 통과한 기억들이 겨울의 침엽수림을 지나쳐갔다.
세월이 흘러 관흉국의 후예들은 산양자리 아래 앉아 국적을 물었다. 집집마다 은회색 반향이 문가를 맴돌았다. 사금파리에 귀를 대고 이야기를 듣는 소년들과 흙바닥에 줄을 긋는 소녀들은 늙은 강을 통과하는 다리 위에서 종소리를 만났다. 천개의 달을 만나 푸른 손목과 검은 무릎을 얻었다. 정수리에 짐을 얹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과 망가진 뼈를 가진 개들과 별자리를 가지지 못한 말벌들이 꽃잎들의 어깨 위에서 붉게 흔들렸다.
후예들이라는 말 속에는 우리 안에 그 나라가 임했었음을 알리는 폐허와 멸망했으나 멸족하지 못한 이름 하나가 남아있다.
* 관흉국 - 「산해경」에 나오는 가슴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
2013년 <다시올문학>가을호 발표작
남쪽 바다 바깥에는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사람들이 사는 관흉국 혹은 천흉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아마 이곳은 무언가 가슴 아픈 사람들만이 모여 살던 나라는 아니었을까?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이런 몸을 갖게 된 데에는 슬픈 사연이 있었다. 서진 시대에 쓰여진<<박물지>>라는 책을 보면 관흉국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우임금이 천하를 평정하자 하늘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두마리의 용을 내려보냈다. 우는 그 용에 사신을 태워 변방의 나라들을 한바퀴 돌아보고 오게 했다. 천자로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의도에서였으리라
용이 거인 방풍씨의 나라에 이르렀을 때였다. 방풍씨의 충성스러운 두 신하가 용이 탄 우의 ㅏ신을 보았다. 그들의 주군 방풍씨는 얼만 전에 제후들의 모임에 지각을 했다고 우에 의해 처형당한바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주군의 일을 슬퍼하고 있던 그들은 즉시 사신을 향해 활을 쏘아댔다. 그러자 엄청난 벼락이 치고 큰비가 쏟아지더니 용은 사신을 태우고 하늘로 치솟아 사라졌다. 이 일에 두 신하는 크게 겁을 먹었다. 신령스러운 용과 우의 사신을 잘못 건드렸으니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고민 끝에 그들은 칼을 빼어 가슴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우임금은 나중에 이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그들의 주군을 위한 충성심에 감동했다. 그리하여 사람을 보내 그들의 가슴에 박힌 칼을 뽑아내고 불사초를 먹여 다시 살려냈다. 그들은 다시 살아났으나 가슴의 칼로 뚫렸던 자국은 그대로 남아 그 후손들은 가슴이 뻥 뚫린 종족이 되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은 상하 질서가 분명한 종족이었다. 가령 시분이 노은 사람은 그냥 걸어다니지 않았다. 옷을 벗고 아랫것들로 하여금 대나무로 가슴의 구멍을 꿰어 들고 다니게 했다. 이를테면 가마를 탄 셈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얼마나 우스운 광경인가. 뚫린 가슴에 막대기를 너어 꼬챙이로 고리를 꿰듯이 해서 들고 다니는것이 높은 신분에 대한 대접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습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신화에서도 이미 역사시대의 차별적인 계급관념이 스며들어 있음을 엿볼수 있다.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9장 먼 곳의 이상항 나라, 괴상한 사람들 中 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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